ㄱ 씨에게

안녕하세요 ㄱ 씨. 저는 어릴 적 부모님의 이직으로 도시에서 살았습니다. 당시에는 아이돌 보이그룹에서 빨간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한 멤버가 인기 많았습니다. 그 이후로 제 또래들은 빨간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공원에 무리 지어 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그즈음에 저는 학원이 끝나면 매번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보곤 했는데, 그때 만났던 ㄱ 씨 생각이 나요. ㄱ 씨는 천방지축에 단순/명랑하고 격투를 잘하는 남성이지만 찬물을 맞으면 성별이 여성으로 변했죠. 여성형이 되면 빨간색 머리카락에 키가 작은 글래머형이고, 남성형일 때는 검은색 머리카락으로 변한 기억이 나요. 그런데 ㄱ 씨의 머리카락이 왜 빨간색으로 변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예부터 힌두교에서는 빨간색을 사랑의 상징으로 보는 한편, 성인식에 필요한 안료로 사용했습니다. 성인식은 성인과 청소년기가 모두 포함되는 시기에 진행하기 때문에 ㄱ 씨의 상황과 연관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ㄱ 씨가 마력이 있는 온천에 빠지면서 성별과 머리카락 색이 변한다는 점은 빨간색 머리카락이 마력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력과 빨간색의 연관성은 잉카 시대에서 미라를 둘러싼 빨간색 천의 의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라마의 머리를 빨간색으로 염색하고 주술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일반적이지 않은 빨간색 머리카락에 관한 인식이 이전과는 달리 변했던 어린 시절 일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주슬아 드림

1

ㄴ 씨에게

안녕하세요 ㄴ 씨. 얼마 전 ㄴ 씨와 만나던 때의 일을 떠올리던 중, 당시 ㄴ 씨가 처해 있던 상황을 생각했습니다. ㄴ 씨는 빨간색 머리카락에 (중세 시대에는 빨간색 머리카락을 가진 미녀를 마녀라고 했습니다) 항상 삐딱한 자세로 송곳니를 드러내고 사과를 먹었어요. (그때 ㄴ 씨가 들고 있던 ‘사과’는 성경에서 말하는 ‘원죄’라는 의미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위해 계약자와 ‘아버지의 소원을 이루어준다.’라는 조건을 걸고 마법 소녀가 되는 계약을 맺었지만 이런 이타적인 생각과 행동 때문에 파탄에 이르죠. 마지막 순간에 ㄴ 씨의 죽음으로 화면 전체가 피로 물들었고 ㄴ 씨는 죄의식에서 벗어났죠. ㄴ 씨의 마지막 장면은 속죄 혹은 정화의 장면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자면 서구에서 홍역에 걸리면 빨간색 옷을 입었고 출혈을 멈추기 위해서 화가가 사용하는 빨간색 안료를 지혈제로 사용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아시아권에서는 동물의 피를 사용했는데 이것은 병과 사악한 기운을 막는 역할을 했습니다. 아무튼 등가 교환의 법칙처럼 피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생명의 가치가 수단으로 교환되는 이 장면은 죄를 저지른 것에 관한 처벌과 타인을 위한 이타적인 희생이라는 교훈의 수단으로 쓰입니다. 그러나 피해자 임에도 처벌된다는 모순적인 상황이었어요.

 

주슬아 드림

2

ㄷ 씨에게

안녕하세요 ㄷ 씨. ㄷ 씨랑 처음 만났을 때는 제가 중학생이었어요. 학교에 컴퓨터와 인터넷이 처음으로 설치되어 교실에서 자유롭게 인터넷 서칭을 했어요. 수업 기자재로 설치된 것이지만 학생들이 제한 없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교실에서 보기에 부적절한 것에 의도치 않게 노출된 환경이었어요. 그 무렵 ㄷ 씨의 잔혹했던 모습이 생각나요. ㄷ 씨는 마법 계에 존재했는데 인간계에 존재하는 인물들에게 절망적인 상황을 주고, 절망에너지를 증폭시켜 희망에너지를 없앤 후 인간계에 불행과 어둠을 전달했죠. ㄷ 씨의 세계에서는 인간 계와 마법 계가 나누어 존재했고 이 중에서 악을 후자에서 온 것이라고 했잖아요. 아마도 이건 악이 인간 내부에 온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발생했다고 본 듯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반역자의 몸을 찢어 내던져 악이 태어났다는 시베리아 게세르 서사시의 내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반역을 일으킨 질투를 빨강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청소년기 학교에서 무방비로 받은 영향은 외부에서 악이 태어난다는 점과 유사한 것 같습니다.

 

주슬아 드림

3

ㄹ 씨에게

안녕하세요 ㄹ 씨. ㄹ 씨를 알았던 시기에 했던 게임을 다시 했습니다. 그 게임의 암흑 속에서 붉은색 조명이 깜빡거리고 주변에는 피를 흘리는 악마들이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공격해와요. 이 장면에서 파리로 여행 갔을 때 본 성당 화 생각이 났어요. 15세기 성당 화였는데 붉은색 악마가 있고 그 옆에는 불타오르는 모습이었어요. 작품해설에는 악마의 불은 어둠 속에 타오르지만, 빛을 내지는 않는다고 해요. 그리고 이 불은 인간 부패와 범죄를 상징한다고 해요. 다시 게임 이야기를 하자면 게임의 주인공은 악마를 많이 죽여 봉인된 설정입니다. 주인공이 악마보다 잔인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ㄹ 씨 생각이 났어요. 저는 ㄹ 씨가 전쟁 중 양친을 모두 잃은 것을 계기로 전쟁에 나가 싸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ㄹ 씨가 싸우는 목적은 전쟁을 없애는 것이고 이 때문에 자기 이외의 힘을 가진 모두를 죽인다고 했죠. 저는 이걸 보며 인간이 선과 악을 판단하고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그저 살인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리고 ㄹ 씨가 살인 병기라는 점에서 인류 최초로 살인을 한 구약성경에 나오는 인물이 생각났어요. 그 인물도 빨간색의 머리카락과 수염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거든요. 아무튼 다시 그 게임을 보니 ㄹ 씨가 전쟁을 막기 위해 힘 있는 자를 모두 죽이던 중 자신의 목표물에 대한 설정과 행위 자체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무너지는 신념에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주슬아 드림

4

ㅁ 씨에게

안녕하세요 ㅁ 씨. ㅁ 씨를 생각하면 어릴 적 원색 옷을 자주 입었던 기억이 나요. 어릴 적 잠시 있었던 유럽에서도 어린아이들에게 빨간색 옷을 입히던 관행이 있었어요. 그리고 휴일에도 주로 빨간색 드레스를 입어 악한 기운을 물리쳤다고 합니다. ㅁ 씨도 빨강 망토를 입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었죠. 그러고 보면 ㅁ 씨가 차용한 원작 동화에서 주인공의 망토도 빨간색이에요. 동화에서 이 색을 사용한 이유는 보통 두 가지로 전해집니다. 하나는 16세기 유럽의 동화책에서 빨강, 검정, 하양 세 가지 색상을 사용하던 관행이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소녀가 늑대에게 잡아 먹히는 내용이 성적인 암시를 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동화책을 제작하던 시기는 세 가지 색을 사용하는 관행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던 것에 반해, 빨간색이 성적인 상징을 하는 역사적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초자연적인 사랑의 상징은 초록색이고, 훗날 빨간색이 성적 암시나 사랑의 상징이 됐습니다. 아무튼 원작과 다른 모습으로 ㅁ 씨는 마법을 사용하면서 성인의 모습으로 변했고 ㅁ 씨가 변신하면서 '성인 여성’이 된다는 설정은 빨간색이 사랑의 상징이 된 시기를 반영했다고 생각합니다.

 

주슬아 드림

5

ㅂ 씨에게

안녕하세요 ㅂ 씨. ㅂ 씨를 처음 만났을 때는 월드컵 시즌이었어요. 월드컵은 저에겐 2002년 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에는 전 국민이 빨간색 옷을 입었어요. 성인들이 단체로 빨간색 옷을 입는다는 상황이 특이했죠. 왜냐면 한국에서 빨간색은 명확한 정치적 성격을 나타내는 색이기 때문이에요. 이념이 강하게 대립하는 국가 간 혹은 안에서 색은 정치성을 나타내는 데 사용해요. 이런 맥락은 ㅂ 씨의 이미지 컬러와 파란색의 이미지 컬러를 가진 인물 사이를 추측해 볼 수 있어요. ㅂ 씨의 경우 전투적, 호전적이며 기존의 권위적인 체제를 전복하는 역할이에요. 주로 빨간색은 변혁을 지향하는 정치사상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빨간색은 18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정치사상을 상징하는 색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로마나 초기 중세도 특별히 어떤 사상을 연상시키는 색채는 없었다고 합니다) 한편 먼 과거에 빨간색은 파란색보다 귀하게 여겨지던 색이었지만 12세기 중반과 13세기 초반에 두 색의 지위가 달라졌습니다. 아마도 ㅂ 씨가 길을 떠돌아다니던 것과 파란색 인물이 높은 신분이던 설정은 색의 지위가 바뀐 시기의 문화적 배경을 참고한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둘의 신분이 혼재 혹은 동등해지던 모습을 돌이켜보니 2002년 월드컵 당시 빨간색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여러모로 바뀐 상황이 생각났습니다.

 

주슬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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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 씨에게

안녕하세요 ㅅ 씨. 최근에 저는 법정 드라마를 봤어요. 그리고 법관에 관해 이야기를하던 중에 법관복의 빨간색이 정의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빨간색이 왜 정의를 상징하는지 아시나요. 과거 고귀한 신분을 가진 사람들은 빨간색 천으로 만든 외투를 입곤 했습니다. 중세 시대의 권력자들은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자신들을 제외한 사람이 일상생활에 빨간색을 사용하는 것을 제재했다고 해요. 그 이후에는 그들을 대신해 권력을 행사하는 자(재판관이나 사형 집행관)들이 빨간색 옷을 입고 위임받은 권력을 나타냈습니다. 중세 종교화에서는 금단의 열매를 먹은 인물을 낙원에서 추방하는 장면에 빨간색의 천사가 등장합니다. 여기서도 빨간색은 집행관 혹은 재판관 등 권력을 가진 자를 상징합니다. 최근까지도 이 색은 권력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어요. 이는 ㅅ 씨가 입은 옷의 색과 연관이 있습니다. ㅅ 씨는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고,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존재를 담는 그릇’으로 절대자(미래의 주인공=신)의 힘을 이용해서 최고 권력을 가지는 강자가 되고 악당을 응징했었죠. 그리고 역사적으로 정의를 상징하는 빨간색이 특정 성별을 가리키는 색은 아니지만, ㅅ 씨의 성별이 여성인 것은 성경에 등장하는 유일한 여성 판관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침 최근에 보던 드라마에서 법관인 주인공 성별이 여성이기에 ㅅ 씨 생각이 났습니다.

 

주슬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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